‘이력서 간추려 써도 12페이지’, ‘밥보다 광고가 좋은 남자’, ‘750만 해외 동포의 대부’.
기자가 남문기 회장을 인터뷰 하면서 골라낸 그의 특징적 표현이다. 적수공권으로 미국에 건너가 청소업부터 시작해 자산 규모 3000만 달러의 부동산그룹을 일군 그에게는 ‘300달러의 성공신화’, ‘땀과 열정으로 일군 아메리칸 드림’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수많은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며 자산을 30만배 이상 불린 그의 인생은 한인 사회 대표적 성공스토리로 자리 잡았다.
10월초 LA한인축제를 마치고 건너와 국내에 머물고 있는 그를 10월 중순 묵고 있는 숙소에서 만났다. 한국에 머물면서 전국 강연에 바쁜 그를 만나기 위해선 숙소 말고는 도리가 없다. 이날도 고려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 강연을 위해 씻고 옷 갈아입는 그를 붙잡아 인터뷰 했다. 묻고 답하기가 시간이 걸리니 아예 녹음기에 대고 질문내용을 한꺼번에 이야기를 시종 웃으면서 털털한 옆집 아저씨같은 모습이 정겹다. 실제로 남 회장의 고향은 기자와 이웃 마을이다. 남 회장은 왜 한국에 왔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해외 동포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고 그 미래는 해외 동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일갈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들어 봤다.
# 20대 총선에선 결론을 내자
남 회장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아니 감추지 않았다는 표현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를 어필했다. 이번 한국행이 정치권과의 교감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는 즉답 대신 지난 19대 총선 때 일화를 이야기했다.
“2011년 7월 당시 한나라당 재외국민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국적자만이 당직을 맡을 수 있다는 당규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미련 없이 포기했다. 해외 동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마음에서 시민권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 당내에선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재외국민위원장은 3선 중진 의원들이 맡아 왔기 때문에 내가 임명 되는걸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3개월 만에 깨끗하게 물러났다. 해외 동포 750만 시대다. 이들의 고충을 한국 정치권에 전달할 사람이 꼭 필요하다. 해외에 살아 보지도 않고 재외국민위원장을 하는 것은 무리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민 1세대로서 본국과 해외 이민사회의 전령이 되고 싶다”
이번 한국 방문과 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각종 재능기부 강연과 지자체를 돌면서 선한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촘촘하게 그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정치색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만큼 남 회장이 대선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투표권을 가진 재외동포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한인 대통령을 만들자?
남 회장은 ‘미국에 한인 대통령을 만들자’는 저서를 통해 1000만 명이 미국을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서 복닥거리며 경쟁하지 말고 해외 진출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미국 사회의 주류가 돼 미국 땅에 한국 대통령도 만들 수 있고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에 한국인 대통령을 만드는 방법은 이곳 한국보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대통령에 대해 생각 안 해본 사람보다 생각해본 사람이 방법을 잘 아는 법이다. 잘 아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들에게 맡겨두면 미국 내 (한인들의)정치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다시 말해 해외 동포사회 일은 동포 전문가에게 맡겨두자는 것이다. 미국에 한인 대통령 만들자는 의미는 그런 차원이다. 총영사, 문화원장을 왜 한국에서 파견하는지 모르겠다. 현지인을 시키는 것이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다. 한국서 파견하면 집, 자녀 학비, 차량 유지 등 돈만 많이 든다. 또 보내 놓으면 현지 물정을 몰라 이것저것 익히느라 시간 다 보낸다. 대신 현지인을 뽑으면 이런 비용 지출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아울러 영어 ‘잘 하는’ 사람이 외교관이 아니라 ‘국어처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 이민 1세대 1인창조 기업가
그는 요샛말로 하면 1인 창조기업가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세대로 청소일, 청소회사를 거쳐 부동산 재벌로 성장한 1인 창조기업가의 성공 모델이다. 6남2녀,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남 회장의 어머니는 가난의 대물림이 무서워 그를 임신했을 때 낙태를 위해 독초를 먹기도 했다. 그런 소리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남 회장은 마음이 안 좋을 법도 한데 여전히 털털 웃는다. 중고등학교를 거의 ‘일진’ 수준으로 보냈다는 남 회장. 군대를 해병대로 자원입대 했다. 건국대 법대 행정학과 재학 시절엔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학도호국단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는 한국주택은행에 입사, 2년간 다니다가 1982년 미국행을 결심했다. 셋방을 살면서 청소업을 시작했다. 특유의 밀어붙이는 해병대 정신과 부지런함으로 LA 지역 최대 청소회사로 성장시켰다. 셋방살이를 하던 그는 1985년 집을 샀다. 1987년 12월에 부동산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해 본격적인 부동산업에 뛰어 들었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하는 청소 일 속에서 부동산 흐름을 짬짬이 공부했던 것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로도 명성을 날린 그는 1988년 뉴스타그룹 모태인 리얼티월드 뉴스타부동산을 설립해 연매출 30억 달러를 기록한 미주 최대 한인 부동산 그룹으로 키웠다.
# ‘의’에 살고 ‘의’에 죽는 해병대
“고향인 경북 의성은 한자로 옳을 의(義), 재 성(城)자다. 어려서부터 매일 옳을 義자를 항상 보고 쓰고 살았다. 그래선지 義자가 가슴에 와 닿았다. 여러 글자 중 옳을 의자를 잘 쓰는 이유다. 할아버지가 동네 훈장님이시고 아버지도 아이들 가르쳤다. 그 덕분에 잘 컸다.”
남 회장이 국가관이나 가치관, 신념 등에서 불의가 발을 못 붙인 이유는 바로 고향 의성의 義자 때문이었다. 이는 그의 병역과도 관련된다. 남 회장은 해병대 266기로 입대했다. 얼마 전 LA한인대회에 김흥국 대한가수협회장이 초청돼 왔는데 그도 해병출신이다. 남 회장이 선배기수다. 공교롭게도 둘은 포항 1사단 72대대 7중대에 근무한 인연을 확인하고 많이 웃었다고 한다.
# 성공 키포인트는 광고와 몰입
남 회장에게 “밥 먹을래 광고할래?”라고 물어 보면 어김없이 ‘광고’라고 대답한다. 이 말의 의미는 자신은 밥을 못 먹어도 남에게 밥을 사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돈 버는 거 모으는 것이 결코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사업 성공 이면에는 광고가 있다고 말했다.
“들어오는 것마다 모으기보단 쓰면 더 들어온다. 남한테 밥 사주면 투자하는 것이다. 내 밥 먹으면 그 사람은 나한테 집산다. 아니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내 성공의 키포인트는 광고다”
그는 자신의 성공 키포인트를 광고와 함께 일에 대한 몰입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4~5시간 자지만 일이 있으면 3시간 30분 정도로 수면을 줄여서 일에 강력하게 몰입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이 기다리고 있어 다시 눈감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못 사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일어났다가 다시 잔다. 부지런해야 하고 일에 집중해야 한다. 또 내일이다 싶으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하다”
# ‘더’ 부자일 필요는 없다
“못 사는 거 보다 잘 살아서 남 도와주는 삶이 그래도 낫다. 남의 것 공짜로 바라서도 안 된다. 다만 내가 남 한테 나눠주는 것은 좋은 거다. 내가 밥을 사는 것은 우리 에이전트 1000명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그들을 살리는 것이다. 그들이 살면 결과적으로 내가 사는 것이다. 단순한 진리다. 이런 진리를 놓치고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 더 부자일 필요는 없다. 사는 데 큰 불편 없으면 부자다. 뭘 위해서 돈을 더 벌어야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정의롭게 벌어서 자기 나라, 자기 민족, 자기 지역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솔직히 나도 돈이 안 아깝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집에 가면 고급 가구가 없다. 청소하면서 다 상한다. 그런 걸 왜 사나 모르겠다. 고급가구 있는 집엔 사람들 많이 안 갈 것이다. 왜냐면 그걸 사기위해 각박하기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부부의 고민은 우리 에이전트와 클라이언트가 잘 되길 바라는 것일 뿐 더 이상의 부자는 아니다”
# 이력서 12페이지 대부분 봉사
“단체장을 많이 했다. LA한인회장을 비롯해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총의장, 미주한인연합회 총회장, 해외안인회장대회 의장을 지냈고 지금은 해외한민족대표자협의회 공동의장이다. 이외에 각종 단체장과 이력을 모두 쓰면 이력서가 열두 페이지다. 이 중 90% 이상 내 돈 내면서 한 봉사 직함이다”
남 회장은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열린 유서깊은 제42회 LA한인축제 ‘소통과 나눔으로 하나되는 축제’ 대회장을 맡아 성황리에 대회를 이끌었다. 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1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요즘 한국에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하는 특강도 대부분 재능기부다. 최근 동화세상에듀코란 회사에서 한 특강은 참석자들의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잘 적는 사람이 귀염 받고 성공도 한다. 그리고 카카오톡 첫 페이지에 나오는 프로필창 사진을 강아지로 올린 분이 있나? 나는 아주 잘 생기게 나온 제 얼굴을 올렸다. 그러면 강아지와 제가 동격인가? 이건 상대방에 대한 실례고 결례다. 최선을 다해서 제일 좋은 사진으로 바꾸고 뒷배경도 회사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바꾸어 보시길. 그래야 성공한다”
그는 이 말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강연이 끝나고 메시지와 카톡으로 감사와 칭찬 글이 많이 왔다고 한다. 남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기도 전에 다음 특강 시간이 임박하자 기자에게 함께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자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해외동포의 가려운 곳은 함께 부대끼며 살았던 이민세대가 가장 잘 알 것이란 지극히 평범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출처:
http://blog.naver.com/econbrain/2205268298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