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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로 아십니까?(제26대 LA한인회장선거에 즈음하여)

필자는 동포사회의 선거에는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써온 편이다. '진흙밭의 개싸움' 식의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판에 끼어들어 괜한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제 26대 LA 한인회장 선거는 도저히 참기 어렵다. 선관위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동포사회 전체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경과를 요약해 보자. 이번 LA한인회장 선거에는 현 회장인 하기완씨와 남가주 부동산협회 회장을 지낸 남문기씨가 후보로 출마했다. 그런데 공정한 선거관리의 책임을 맡은 선거관리위원회측에서 '남씨는 입후보자의 자격요건인 LA 카운티내 2년 거주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자격 후보로 판정한다'며 후보자격을 박탈하고 바로 그 다음날 하후보의 당선공고를 낸것이다.
이같은 사태를 연출하게 된 가장 큰 쟁점은 남문기씨의 LA거주 연한. 남씨는 세리토스에 있는 현재의 자택에서 2년전부터 거주해 왔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관위 측에서는 자신들이 요구한 전화요금 청구서를 포함, '두종류'의 유틸리티 빌 2년치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후보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그러한 논란 과정에서 동포에서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선관위측의 전격성이다. 오래동안 선거를 준비해 왔던 유력한 한 후보를 하루 아침에 무자격자로 만들어버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경쟁후보를 당선자로 공고해 버린 선관위 측의 조치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 동포들의 시각이다.
두 번째로 동포들을 놀라게 한 것은 선관위의 잔인성이다. 독재권력에 아부하는 선관위도 야당후보의 손발 정도만 묶어놓고 선거전을 벌이도록 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의 선관위는 경쟁 후보의 목을 통째로 베어버린 것이다.
'제대로 투표를 하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쌓인 하후보측에서 선관위를 사주, 순식간에 남후보의 목을 자른것'이라는 풍설이 떠도는 이유도 바로 그 전격성과 잔인성 때문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하기완 현회장의 재출마라는것에서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원칙적으로 하회장은 출마해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여러차례 불출마를 공언했다. 번복한 것도 도의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연임할수 없도록 돼있던 정관을 자신의 손으로 고쳐놓고 스스로 재출마 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사사오입 개헌이나 3선개헌 따위를 통해 자신들의 임기연장을 획책했던 일부 전직 대통령들로 인해 큰퇴보를 거듭했던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상기하면 하회장이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의 무지도 지탄받아야 할 대목이다. 법을 적용함에 있어 상위법이 하위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인데 선관위는 그것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입후보자의 자격 규정을 명시한 '선거관리세부규정' 5조에 근거 남후보의 자격상실을 공고했다. 그러나 선거관리 세부규정의 모법 격인 '한인회 선거규정' 17조에는 '선관위가 후보자격 및 당선 무효화를 결정할 때는 선관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선관위원 가운데 분명히 반대자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씨의 후보자격을 박탈한 것은 법적인 효력이 의문시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의도되고 기획된 행위라는 의심을 면키 어렵다.
여담이지만 남씨의 후보자격 박탈을 근거한 조항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 조항을 엄밀하게 해석하면 LA카운티 내에서 20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최근 2년 사이 한번이라도 이사를 하면 한인회장 입후보자의 '현 거주지'의 '2년치'유틸리티 빌만이 판정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모든 것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에는 없던 세부규정을 만든 시기와 이유이다.
25대 한인회 선거관리 규정에는 분명히 '입후보자는 LA카운티에 2년 이상 거주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고 규정되 있다.
그런데 선거를 불과 두어달 앞두고, 후보의 윤곽까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에서 갑자기 '현거주지'의 '두 종류'의 '2년치' 유틸리티빌을 등록서류로 요구한 것은 특정인의 입후보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해석할수밖에 없다.
더 유능하고 더 적합한 인물이 입후보할수 있도록 정관을 더욱 개방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인데 경쟁자의 입후보를 막기 위해 폐쇠적인 조항을 급조해 넣은 선관위의 행위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으며 한인사회 전체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이쯤 해두자.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 그대로 동포사회의 대표기관의 위치를 확보하려면 자신들이 먼저 권위와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한인회가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의 '끼리끼리 친목계'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하기환 후보의 당선공고를 무효화 하고 새롭게 선관위를 구성, 페어플레이로 재선거를 하는 것만이 한인회의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다.
한가지만 사족을 달자. 앞으로 한인회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모든종류'의 유틸리티 빌을 '평생' 보관해야 할 것이다. 선거법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영규 타운뉴스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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