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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과 칼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칼은 사람을 죽이는 역할밖에 못하지만 펜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칼은 사람의 물리적인 목숨만 끊어놓지만 펜은 인격과 명예까지 끊어놓는 경우가 많다.
펜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에 놀리는 손끝도 조심해야 한다. 아차하는 순간에 생사람을 잡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 빚어진 '뉴스타부동산 대표 남문기씨 간암설'파문은 잘못 사용된 펜 하나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빚을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우이다.
경과를 간추려보자. 한국일보의 자회사인 라디오 서울은 지난 17일 아침 뉴스시간에 LA한인회 분쟁에 따른 재선거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남문기씨는 간암에 걸려 출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내용의 보도를 실명을 그대로 쓴 채 내보냈다.
본인과의 전화통화라는 최소한의 취재 과정도 생략한채 멀쩡한 사람을 간암환자로 만들어 놓은 그뉴스만 해도, [라디오 서울에는 데스크도 없고 보도국장도 없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엄청난 오보인데 사태는 며칠후 더 나빠졌다.
경쟁사인 라디오 서울의 실수를 호재로 삼은 라디오코리아 측에서 사실 자체, 즉 '남씨의 간암 여부'에 대한 사실확인은 생략한채 라디오 서울이 남씨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했다는 보도 윤리 문제만 집중 거론함으로써 '남씨가 간암에 걸렸다'는 근거없는 사실을 더욱 널리 알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라디오코리아에서 '세상만사'란 라디오 컬럼 코너를 진행하는 임춘훈씨는 21일 아침 방송에서 [LA교포사회에서 부동산 비지니스로 크게 성공한 '모씨'가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한 라디오에 보도되면서 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번 한인회장선게에 출마선언을 했다가 자격시비가 일자 중도포기한 그는LA최대의 부동산 그룹을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인데 그가 좋지 않은 병에 걸렸다는 소문은 그동안 부동산 업계와 언론계 일부에 은밀히 나돌았지만 이번 라디오보로 '보다 구체적으로'소문이 퍼진셈이다]고 말한 것이다.
남가주 일원에서 몇 년간 거주한 사람치고, 임씨가 이 방송에서 거론한 대상이 누구를 뜻하는 지 모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석자만 밝히지 않은 채 그의 중병설에 대해 확인사실을 하고, 동네방네 확대방송을 한 것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인 것이다.
결과만 놓고 말한다면 남문기씨의 간암설은 전혀 근거가 업는 것이며 그는 여전히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의 병명은 초기 간경화이며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고 담당의사의 말로도 현저하게 차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성경처럼 믿는 경향이 있는 교포사회에서는 남씨의 간암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남씨가 이미 사망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보도로 인해 남씨가 입을 수 있는 피해가운데 정신적인 피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제쳐놓고 비지니스의 피해만 한번 예상해보자.
첫째는 계약의 취소다. 남씨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는 보통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큰 재산인 부동산을 거래하는 분야인데, 그런 중요한 거래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맡겨놓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두번째 피해는 잠재적 고객의 현저한 감소이다. 이미 거래계약을 맺었어도 취소하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계약을 체결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세번째 피해는 채권채무관계이다. 비지니스를 크게 하다보면 돈 받을 곳도 많고 대금결제를 해야 할 곳도 적잖을텐데 남씨에게 돈을 받을 것이 있는 사람은 기를 쓰고 돈을 받아내려 할 것이고 남씨에게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은 몇 개월간 해외여행을 하는 한이 있어도 남씨와의 만남을 피할 것이다.
필자가 해당분야에 속하지 않아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밖에도 피해는 많은 것이다. 남씨의 회사에 소속된 수백명의 에이전트들의 동요와 그로 인한 거래의 감소, 신규 에이전트 충원의 어려움 등도 쉽게 예상해 볼수 있다.
최근, 헐리웃의 액션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너거는 자기의 얼굴 사진을 허락없이 세일광고에 사용한 시골의 한 자동차딜러를 상대로 2천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제기했는데 만약 남씨가 [상상할수 없을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상상할수 없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이번 케이스에 연루된 두 방송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추측, 과장 등에 근거한 한인언론사의 오보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신뢰할만한 제보에 근거 했다해도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쓰레기통에 버려햐 한다는 것이 언론보도의 출발점인데 그러한 기본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한인언론사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결과에 대한 큰 부담없이 아무렇게나 보도하고, 문제가 생기면 한쪽 구석에 조그많게 정정보도를 해주면 그만 이라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물가에 앉은 소년은 장난으로 돌멩이를 던지지만 그 돌멩이로 맞은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이 깨닫고 있어야 하는 곳이 언론사와 언론인들이다.
펜은 칼보다도 강하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박영규- 타운뉴스 발행인 겸 편집인




쪽 팔리는 시대
바보로 아십니까?(제26대 LA한인회장선거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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