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ongAng Daily
|
2006-08-16 00:00:00, 조회 : 12,436 |
"아뇽 하쎄요."
16일 LA한인회에서 때아닌 일본어 액센트가 낭랑하게 울렸다. 장미꽃 한다발과 함께.
이날 미국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10여명이 한인회관을 찾았다. 한인회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목적은 단지 내 조국 내 겨례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다.
"미국거주 재일동포들은 한인사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한인사회에 들어가고 싶어해요."
이들은 지난 15일 모임을 갖고 내 뿌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한인회를 방문하자고 결의했다. 모임 이름은 재미.재일동포 형제의 모임이라고 정했다. 50여명이 모였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재일동포 3세인 강성래씨는 "재일동포 2세.3세들은 일본에 살면서 갈수록 위축당하는 기분을 느껴요. 미국에 이민온 후로는 그런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느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개인사는 특별하다. 부모님은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공부했다. 그리곤 미국으로 이민온 지 10여년이 되는 세대다. 대부분 일본사람들이 모여사는 리틀도쿄나 가디나 토런스 등에 산다.
"일본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만 마음은 항상 한인사회를 향하고 있어요. 내 핏줄과 어울리면서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고 싶어요. 문제는 한국말을 잘못한다는 거죠."
미혼인 캐서린 임씨와 고명미씨는 가끔은 한인타운을 찾는다. 나이트 클럽도 가고 예쁜 커피샵에서 수다도 떤단다. "한국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고 부모님도 원하지만 말 때문에…."
지금은 결혼한 김정옥씨는 "아버지가 한국사람한테 시집보내려고 렉서스 한대는 파셨을 거예요.(한국과 미국 여기저기를 다니며 한인신랑감을 찾았다는 뜻) 하지만 한국남자하고 몇 번 선만 봤을 뿐이예요"라며 웃었다. 그리곤 욘사마 부터 이병헌 까지 한류 스타들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자 김씨는 "전쟁은 아직 끝난게 아니다. 그건(신사참배)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남문기 한인회장은 "우리 모두는 같은 뿌리다. 어울려 사는 게 당연하다"며 "오늘의 방문이 미국거주 재일동포들과 이곳 한인들이 뭉치고 단합되는 멋진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행복할 때는 한인타운에 들어설 때란다. 왠지 으쓱대는 자신감을 느낀다고도 한다. 소원은 한국의 날 축제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이다.
김석하 기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