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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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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3 18:08:06, 조회 : 47,592 |
[해병 전우회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우정도 봉사도 ‘영원한 선봉’
중앙회→16개 광역시·도 연합회→시·군·구 지회→동네별 분회 갖춘 전국조직
▲ 해병전우회 서울연합회 회원이 한 지역행사에서 교통정리를 하고있다. / 사진제공 해병전우회
도로 한편의 컨테이너 박스에 붉은 글씨로 써붙인 ‘해병 ○○전우회’. 거의 모든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해병 전우회의 컨테이너 사무실은 ‘귀신잡는 해병’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Once Marine, Always Marine)’ ‘미제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발은 절대 녹슬지 않는다’는 해병들의 말처럼 해병은 전역 후 더욱 활발히 뭉친다. 단순히 뭉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뭉쳐서 ‘극성스러운 봉사활동’을 한다.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눈에도 특이하게 보이는 무언가가 해병 전우회에는 있다.
예비역 해병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해병 전우회는 현역 못지않은 일사불란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중심에 해병 전우회 중앙회(총재 김명환 예비역 중장)가 있고, 16개 광역시ㆍ도별로 연합회가 있다. 해병 전우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각 시ㆍ군ㆍ구 별로 지회를 두고 있고 동네마다 분회까지 조직돼 있다. 현재 지회의 수는 235개이고, 분회의 수는 ‘모른다’가 정답이다. 중앙회의 박명래 사무차장은 “瑾릿?군대로 치자면 분대 개념으로, 동네마다 예비역 해병이 뜻이 맞으면 뭉치는 조직이기 때문에 자세한 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네 곳곳에서 눈에 띄는 컨테이너 사무실이 주로 분회 조직인데 웬만한 컨테이너 사무실마다 예비역들이 기증한 TV, 에어컨, 냉장고는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심지어 쌀과 반찬 등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준비까지 돼 있다고 한다. 막 제대한 예비역들이 숙식 해결이 마땅치 않을 때 일단 달려가는 곳도 이 컨테이너 사무실이다.
해병이 뭉쳐서 조직을 만드는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대동소이하다. 예비역 해병은 복장에서건 행동에서건 해병 출신 티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해병 출신임을 알아보고 기수를 맞추면 바로 모임이 된다. 중앙회 언론특보를 맡고 있는 최우식(64·해병간부후보 33기)씨는 “1993년 베이징에서 은행지점장을 할 때 한 식당에 들렀다가 요란한 해병대 장식을 보고 사장과 바로 기수를 맞춘 게 베이징 해병 전우회의 출발이었다”며 “며칠 만에 특파원, 대사관 직원, 유학생 등 베이징의 해병대 출신 13명이 모여 발기식을 가졌고 아직도 모임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 전우회는 현재 27개의 미국 지회를 비롯, 모두 60개의 해외 지회를 갖고 있다.
▲ 2003년 이라크 파병촉구 집회에 나선 해병 전우회 회원들. / 주간조선DB사진
해병대는 1949년 창설됐지만 해병 전우회의 역사는 이보다는 훨씬 짧다. 해병 전우회는 1970년 예비역 원로들이 ‘서해구락부’를 결성한 게 효시. 하지만 서해구락부는 1980년 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신군부에 의해 해체됐다가 1988년 ‘대한민국 해병대 전우회 중앙회’로 다시 출발했다.
“현재 예비역 해병의 수가 80만명을 넘었다”는 게 전우회 중앙회의 설명. 서울에만 20만명의 예비역이 있고 해마다 1만2000여명의 젊은 예비역이 수혈되고 있다. 요즘에는 한 기수에 400여명씩 연간 24기가 배출되지만 한 기수에 뽑는 수가 훨씬 많았던 시기도 있다. ‘80만 해병 가족’에는 해병대 출신 장교, 부사관, 사병뿐 아니라 해군 공통병과 출신의 장교, 부사관, 사병 등도 포함돼 있다. 해병대 사병은 오는 8월 1000기를 배출하지만 해병 장교의 주축인 해병간부후보는 91기가 임관을 앞두고 있다. 예비역 해병들은 장교 사병을 가리지 않고 ‘언제 해병에 들어갔느냐’로 기수를 맞춰 선후배를 따진다.
예비역 해병의 공식 모임은 매달 한 번씩 지회별로 갖는 정기 월례회. 평균 40명 정도가 참석하는데 모든 월례회의 끝은 ‘우리들은 대한의 바다의 용사’로 시작하는 ‘나가자 해병대’를 3절까지 부르는 것이다. 이때는 전역한 지 오래된 노병도 현역으로 돌아간다. 반면 요즘의 신세대 예비역 해병들은 이런 오프라인 모임보다는 온라인 활동에 더 적극적이다. 해병 전우회 홈페이지(www.rokmd.org)에는 동기를 찾거나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신세대 예비역 해병의 목소리로 북적이고 있다.
사령부 행사 때 예비역 초청이 관례
해병 전우회는 일사불란한 상하조직을 자랑하지만 수평적인 관계도 강조된다. 한 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손이 달리면 옆 지회가 도와주는 것이 관례다. 또 해병 전우회는 해병대 사령부와의 관계도 상당히 긴밀하다. 행사가 있을 때면 사령부에 지원 요청을 스스럼없이 하고, 사령부도 부대행사가 있을 때 그 지역 전우회 예비역을 초청하는 게 관례다.
해병 전우회가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탄탄한 조직을 바탕으로 활발한 대민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사고현장이나 교통마비 현장에는 얼룩무늬 위장복과 빨간 모자를 쓴 해병 전우회 회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병 전우회는 지난 1월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아체 지방에 해병 전우회 사상 첫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열흘간 이뤄진 당시 봉사활동에는 16개 시ㆍ도 연합회에서 선발한 11명의 예비역 해병이 참가했고, 27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은 해병대 예비역 기독교 신자들의 모임인 한국기독해병선교회가 지원했다.
해병 전우회가 일상적으로 벌이는 봉사활동은 무척 다양하다. 교통정리, 방범순찰에서부터 청소년 선도 및 불우이웃돕기, 환경봉사, 인명구조 등이 전우회가 꼽는 봉사활동이다. 최근 해병 전우회는 이러한 일상적인 봉사활동에 한 가지 항목을 더 추가했다. 지난 2월부터 해병대 창설일(4월15일)인 ‘15일’을 기념해 매월 15일을 ‘대국민 봉사의 날’로 못박았다. 해병전우회는 현 정부 들어서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 단체들이 주관하는 각종 집회에도 참가해 왔다.
해병 전우회의 조직 유지와 활동에 드는 돈은 전부 자발적인 모금으로 충당된다는 게 전우회 중앙회 측의 설명이다. 매월 일정액씩 회비를 걷는 게 아니라 여유가 있는 예비역들이 스스로 알아서 기부하는 돈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해병대 특유의 화끈함은 발휘된다.
예비역 해병 중에는 상당액의 재산을 아낌없이 전우회에 기탁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예컨대 해병대 초대 사령관인 신현준(90·예비역 중장)씨는 작년 4월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여생을 보내기 위해 고국을 떠나면서 1억여원을 전우회에 기탁했다. 또 해병 전우회 서울연합회의 경우 이상오 전 회장이 지금까지 1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직접 충당했고 서울연합회 대방동 사무실은 이성금 회장이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왜 해병들은 이처럼 조직에 애착을 가지며 끈끈함을 발휘할까. 나이가 지긋한 예비역들이 아직도 손 닿는 곳에 군복과 군화와 호루라기를 비치해 놓고 틈만 나면 모임에 달려나가는 이유는 뭘까. “해병들의 이러한 ‘튀는 모습’이 단순한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우회 중앙회 최우식 언론특보는 다른 해석을 한다.
“해병의 끈끈함은 부대의 전통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해병은 1949년 창설 당시 열악한 상황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만들어진 군대입니다. 육군이 M1 소총으로 싸울 때 우리는 구구식 소총으로 적과 맞섰습니다. 또 부대의 특성상 우리는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륙정에서 내려 바다를 뒤로 하고 적의 화기와 맞서는 순간 우리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은 서로 뭉치는 것이고 그것이 부대의 전통이 돼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입니다.”
박명래 사무차장은 해병대에 대한 요즘 젊은이의 지원 열기에 대해 “최근 사회 각 방면에서 기존의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질서가 무너져내리는 세태 속에 해병대의 탄탄한 조직과 질서가 거꾸로 젊은이에게 신선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장열 주간조선 기자(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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