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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역사] 맨주먹 하나로 최강부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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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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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3 18:06:28, 조회 : 28,056 |
[해병대 역사] 맨주먹 하나로 최강부대 만들어
1949년 해군 380명이 창설…일본 99식총으로 무장…차·무전기·지도도 없이 전투
▲ 초창기 해병대의 총검술 훈련 / 사진제공 해병대사령부
해병대(KMC:Korea Marine Corps)의 출발은 초라했다. 1949년 4월 15일 경남 진해의 덕산비행장 격납고에서 해군에서 차출된 380여명이 모여 해병대 창설식을 가졌다. 육군이 무기를 지급해주지 않아 해군기지 창고에 있던 옛 일본군의 99식 소총으로 무장하고 전투복이 없어 광목을 염색해서 입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다”는 ‘해병대 정신’은 실제 맨주먹에서 출발한 해병대의 역사에서 태동했다.
1948년 여순반란사건 진압작전에 함장으로 참가한 신현준 해군 중령은 ‘단시간에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상륙전투부대’인 해병대의 필요성을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에게 건의했고 그것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해병대가 탄생했다. 신현준 해군 중령이 초대 사령관, 김성은 해군 중령이 참모장으로 임명되었다.
총기마저 변변치 않았지만 부대원만큼은 강군으로 조직됐다. 해군에서는 해병대가 창설되자 툭 하면 싸움질이나 하고 골치를 썩이던 일본 해군 육전대 출신의 기간병(장교)들을 얼씨구나 하고 내보냈다. 육전대는 일본의 해병대로 태평양전쟁의 선봉부대였다. 철저한 위계질서, 가혹한 기합과 구타는 육전대에서 전해진 전통이라는 말도 있다. 80명의 기간병 중 상당수가 육전대 출신이었고 북만주의 하얼빈지구에서 입대한 인맥과 민족청년단 출신이 있었다. 해군에서 겉돌던 이 ‘외인부대’ 장교들은 800명의 해군 신병 13기 가운데 303명의 신병을 엄선하여 추려냈으니 그들이 곧 해병대 1기생이다.
▲ 1950년 9월 15일 인천 만석동 해안에 상륙하는 해병대 / 사진제공 해병대사령부
해병의 단결력은 6·25 전쟁을 통해서 견고해졌다. 500여명의 ‘김성은 부대’(부대의 규모를 북한군이 모르게끔 대대나 연대로 부르지 않고 지휘관의 이름을 붙였다)는 차도 무전기도 지도도 없이 전투에 나섰다. 육군 서부지구전투사령부 휘하 7사단(민기식 부대)에 배속되었으나 육군의 냉대는 여전했다. 해병들이 믿을 것은 해병 자신밖에 없었다.
6·25전쟁, 베트남 전쟁서 두각
여수에서 M1소총은 받았지만 8발씩 탄환을 장전하는 클립을 지급받지 못해 탄환을 1발씩 장전해서 쏘아야 했다. 남원에서 미군 패잔병들을 만나 건빵과 담배를 건네주고 클립을 얻었다. 철모와 대검이 없는 병사가 태반이었다. 운봉-함양-산청-진주로 후퇴하며 적과 교전하는 동안 전투력을 키웠고 노획품으로 화력도 증강했다.
마침내 8월 1~3일 진주에서 발산재를 넘어오는 북한군 6사단의 정찰부대를 마산시 진전면 고사리에서 궤멸시키는 1차 진동리 전투의 승리로 적의 예봉을 꺾을 수 있었고, 8월 7~13일의 2차 진동리 전투에서 진동과 태봉의 북한군을 섬멸하여 진주로 진출하는 미해병 5연대와 미육군 5연대 전투단의 길목을 열었다. 이 진동리 전투로 ‘500여명 부대원 모두 1계급 특진’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 도솔산 전투에서 용전 중인 해병.
8월 17일에는 통영 장평리 해안에 기습상륙하여 거제도로 진출하여 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려는 북한군의 대대병력을 통영시가전에서 전멸시키고 통영의 관문인 원문고개에서 북한군 7사단의 맹공에 맞서 3일간 치열한 백병전을 펼친 끝에 대승을 거두었다. 이 작전은 703함을 비롯한 소해정이 통영 앞바다에 위장 포사격을 하는 동안 통영시 배후의 장평리 해안에 15척의 작은 어선을 타고 상륙한 김성은 부대의 ‘즉석 감행’이었다. 미국 뉴욕헤럴드트리뷴지의 여기자 마거릿 히긴스는 이때 김성은 부대를 일컬어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썼다.
1기와 2기생이 진동리 전투와 통영상륙작전을 이끌었다면 9월 15일의 인천상륙작전부터 이듬해 6월의 도솔산 전투, 9월의 924(김일성)고지, 6026(마오쩌둥)고지 점령, 1952년의 장단지구 전투로 이어지는 중부전선의 승전은 1950년 9월 5일에 3기와 4기로 입대한 3000명 제주도 해병의 피와 뼈로 이뤄졌다. 1947년의 제주 4·3사건 때 살아남은 10대 후반의 앳된 젊은이들이 해병대에 징집됐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형과 아버지를 사살한 정권을 위해 싸워야 하는 모순을 그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응어리진 한이 전투력으로 폭발했다. 제주도 해병에게 전우는 이웃집 형이자 사촌형제였다. 그들은 한몸이 되어 백병전을 벌이고 서로를 구했다.
▲ 해병대 1기생의 훈련 모습.
1951년 6월 4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도솔산에서 벌어진 도솔산 전투는 해병대의 상징적인 승전이다. 도솔산 일대는 양양과 철원, 원산을 잇는 중동부 산악지구의 중심으로 양구와 인제 사이 태백산맥에서 가장 험준한 1000m 이상의 고지다. 미해병 5연대가 실패한 지역을 한국 해병 1연대가 인계받아 비와 안개로 야포와 항공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캔사스라인(Kansas Line:임진강-화천호-양양을 잇는 연합군의 주저항선) 내의 24개 목표 고지를 장악했다. 당시 북한군 전사자는 2268명, 해병대 전사자는 123명이었다. 해병대는 당시의 혈전을 ‘도솔산의 노래’란 군가로 지어서 기리고 있다.
한국 해병대의 명성은 베트남에서 되살아났다. 전투부대로서는 최초로 해외 파병된 해병대 청룡부대는 1965년 12월 22일 중부 베트남의 투아호아 지구에서 첫 여단급 공격작전인 ‘청룡1호 작전’을 실시했다. 월맹군 2개 중대의 기동부대와 1개 중대의 게릴라 등 2000명 이상의 적이 촌락 주변에 구축한 비밀진지를 소탕하고 나트랑과 퀴논을 연결하는 도로를 개척했다. 이듬해 1월 14일 작전이 완료됐을 때까지 전과는 적 사살 470, 포로 18, 용의자 체포 590, 동굴파괴 170, 선박 파괴 16이었고 아군은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 해병대 사병 1기 수료기념 사진.
1967년 2월 14일 추라이 지구의 짜빈동 방어전은 중대병력으로 월맹군의 최정예 연대병력을 4시간 공방 끝에 격파한 베트남전 최대 전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청룡부대 3대대의 11중대와 1중대 3소대는 짜빈동의 야산에 지뢰와 5중 원형 철로망을 가설한 견고한 진지를 구축해놓았다. 추라이 지구로 침투한 월맹군 2사단이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었다. 2월 15일 새벽 4시 수천 명의 연대병력이 60mm, 82mm, 4.2인치 박격포의 지원하에 공격해 들어왔고 진지가 뚫리면서 처절한 백병전이 펼쳐졌다. 4시간 공방 끝에 짜빈동 진지는 시산혈해로 변했다. 적의 주공을 받은 3소대 참호는 아군과 적군의 시체로 덮였다. 이 전투는 청룡부대장 김연상 준장과 11중대장 정경진 대위, 1소대장 신원배 소위를 비롯 배장춘 하사, 김용길 중사, 이학현 상병(전사), 조정남 상병(전사) 등 전 장병에게 훈장이 수여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창설 당시 해병대 간부들.
과거의 혁혁한 전과에 비해 오늘날 해병대의 위상은 다소 약해보인다. 사병과 장교를 통틀어 67만 국군의 4%에 해당하는 2만7000명에 불과하다. 소수정예를 표방한다해도 해군 예산의 13.9%, 국방비 전체의 2.25%에 불과한 예산(2005년)은 너무 적다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군에 예속시켜
최강부대 해병은 전투에는 강했으나 정치에선 그렇지 못했다. 5·16 군사쿠데타 때 해병대 제1여단이 앞장섰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나중에 해병대를 견제하였고 유신체제하의 1973년 10월 10일 해병대 사령부를 해군에 예속시켜버렸다. 그래서 9대 사령관 이후 대장이 없다. 해군의 지휘를 받아야 하므로 해군참모총장과 같은 4성 장군이 있을 수 없다. 1987년에 해병대 사령부가 부활했지만 여전히 인사적체가 심하고 장교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육ㆍ해ㆍ공군과 대등한 제4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이 창군 이후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 한·미연합상륙훈련에 참가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다.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전력기동부대다. 현재 사단 규모의 해병대를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 영국, 대만, 중국, 러시아 정도다. 미국은 약 17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속파견군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에 가장 먼저 투입된다. 한국 해병대는 2개 사단과 1개 여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2만7000명으로 미국, 대만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한강 하구에서 백령도 앞 해안선에 이르는 전선에 김포의 해병 2사단과 백령도의 6여단, 축소여단 규모의 연평도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 앞에 있는 북한군은 정규군만 3개 군단으로, 육군 3개 사단이 맡아야 할 지역을 절반도 되지 않는 해병대 병력이 지키고 있는 셈이다. 포항의 해병1사단은 한국 유일의 국가전략기동군이다. 한국의 모든 부대는 방어작전 수행을 목표로 하지만 해병 1사단은 공격이 목적이다.
기갑전력은 우수한 편이다. K1과 M48A3K전차 100여대가 있다. 한국 해병대가 보유한 K9 자주포는 독일의 PZH2000에 이어 두 번째로 실용화된 52구경장 155mm 자주포로 단독 TOT(Time on Target:복수의 포에서 저중·고♣막?동시에 포탄을 발사해 목표지점에 화망을 구성하는 포격법) 포격이 가능해 일반 자주포의 3배가 넘는 화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상륙전 능력의 부족은 한국 해병대의 아킬레스건이다. 1944년 미국에서 양도받은 운봉급 LST(Landing Ship Tank:전차양륙함) 4척과 고준봉급 LST 4척이 전부라서 1회 작전으로는 1개 대대 병력도 상륙시킬 수 없다. 미 해군의 지원이 없다면 한국 해병대가 단독으로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치기 어렵다.
상륙전 수행능력을 키우기 위한 해병대의 숙원사업이 LPX(Landing Platform eXperimental) 프로젝트다. 기존의 연안접안식 상륙작전은 적의 포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LPX함이 도입되면 적의 해안에서 감지되지 않는 ‘초수평선’에서 헬기와 공중부양 상륙정을 이용해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다. 한국 해병대가 LPX함을 보유하는 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전진하는 해병은 전설로 남을지도 모른다.
주간조선 5월 30일 1856호
허만갑 주간조선 기자(mghuh@chosun.com)
*본 기사 작성에는 김승욱 인턴기자(kswforever@freechal.com)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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